‘울고 싶은데 뺨 맞은’ 석유화학사 가동 줄인다

2020-04-09

석유화학업계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 졌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이 미국발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을 이어 가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중국 업체의 증설 등으로 줄어든 수요가 ‘코로 나19’ 영향으로 더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 면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에틸렌을 가장 많 이 생산하는 LG화학이 이달부터 가동률 을 하향 조정하며 감산에 들어갔고 롯데 케미칼, SK종합화학 등 다른 석유화학 업체도 감산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에서 가장 기본적 이면서도 대표적 원료로 플라스틱, 필 름, 비닐, 파이프, 타이어, 섬유 등 다양 한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국내 석유 화학 업체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납 사)를 정유사에서 구매한 다음 분해설비 (NCC)를 돌려 에틸렌을 생산한다. 에틸렌값은 최근 수직낙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1t당 1300 달러대를 기록했던 동북아 지역 에틸렌 월 평균 가격은 3월 현재 t당 69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년 만에 에틸렌 가격이 반토막난 셈이다.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 격을 뺀 스프레드도 함께 내림세에 있 다. 플래츠(Platts)·시스켐에 따르면 에 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1분기 t당 445달 러→2분기 284달러→3분기 289달러→4 분기 251달러→올해 1분기 158달러로 떨어지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한 손익분기점은 스프레드 기준 t 당 250~300달러 수준이다. 공장을 돌렸 을 때 외려 손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석유화학사는 에틸렌 생산 줄이 기에 나섰다. 생산능력(CAPA)이 가장 많은 LG화학은 지난 1일부터 대산·여 수 공장의 가동률을 각 5%씩 하향 조정 했다. 1월에 설비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가동률을 조정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가동률을 낮췄다. 롯데케미칼과 SK 종합화학 역시 계획이 구체화하진 않았 지만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산지앙화 학(Sanjiang Fine Chemicals)이 라인 3개 가동을 멈추고 2개만 가동하고, FUPY가 공장 가동률을 90%로 낮췄다. 대만계 포 모사, 일본 마루젠 등도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 한화토탈은 에틸렌 만드는 공장 가동 률을 100%로 유지하곤 있지만 에틸렌과 벤젠으로 스티렌 모노머(SM)를 만드는 공장 가동률을 올해부터 15% 내린 데 이 어 이달 추가로 5%를 더 낮추는 안을 검 토하고 있다. LG화학도 대산 SM공장 가 동률을 70%로 하향했다. 


문제는 에틸렌값 회복여부가 불투명 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이미 에틸렌은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 었다. 우리나라 에틸렌의 최대 수출국이 었던 중국이 자체 에틸렌 생산을 늘려가 는 데다 저렴한 셰일가스를 기반(ECC) 으로 생산한 에틸렌이 미국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 가스를 기반으로 만든 에틸렌은 원유에 서 만들어진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든 에 틸렌보다 가격이 저렴해 원가 경쟁력 면 에서 우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