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규제강화, 비상걸린 원료사

2020-07-07

롯데·SK·LG 등 재활용체계 직접 구축… “재활용 쉬운 플라스틱 만들어야” 지적 

국내 플라스틱스틱 원료사들이 플라 스틱 재활용 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나섰다. 100년 넘게 썩지 않는 폐플라스틱이 바다에 섬을 이루는 등 플라스틱으로 인 한 환경 피해가 심각해지자 국내·외 플 라스틱 규제가 생산 단계로까지 확대하 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플라스틱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원료로 들어 가야만 제품을 납품받겠다는 내부 방 까지 정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 소장은 “원유 등을 원료로 플라스틱 제 품을 만들 줄만 알았던 국내 화학업계가 재활용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 완전히 다 른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나 SK종합화학 등 국내 주요 화학업체가 먼저 재활용 체계 구축 방침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 난 3월 플라스틱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발표하고 폐페트병을 수거해 플라스틱 으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시작했다. 자원순환 벤처기 업 슈퍼빈이 개발한 ‘네프론’을 롯데월 드몰과 롯데월드 등 6곳에 도입하기도 했다. 

네프론은 폐페트병 등을 자동 분 류해 압축한 뒤 내부에 저장하는 인공지 능 재활용품 수거기로 롯데케미칼은 네 프론을 이용해 오는 7월까지 총 10톤 규 모의 폐페트병을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일회용 플라스틱, 포 장재 등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형 태로 생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 20% 수준인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 까지 7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사업 목 표도 제시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 장은 “환경 문제에 직면한 화학산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폐플라스틱을 완전히 재활용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5월 ‘뉴 비전’을 선포하 면서 석유화학부문에서 폐플라스틱 재 활용,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등을 추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의무’ 강화되는 생산 규제 


국내외에서 번지고 있는 플라스틱 생 산 규제가 국내 화학업계의 이 같은 재활용 체계 구축을 이끌었다. 현재 국내 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전 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5월 ‘특정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 부하 저감에 관한 지침’을 채택, 2025년부터 재활용 플라 스틱 함량이 25% 이하인 플라스틱 용기는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글로벌기업 들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수 열 소장은 “의류업체 자라, 화장품 업체 로레알 등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들어가 지 않은 제품은 받지 않기로 이미 정했 다”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 용하지 않으면 플라스틱을 팔 수 없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시스템 은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은 세척, 파쇄 등을 거쳐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플레이크로 만들어지고, 플레이크가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펠릿으로 가공돼 플라스틱 제품이 된다. 그러나 국내 폐플라스틱 플레이크는 이물질 등 오염이 심해 플라 스틱 용기 등 제품의 원료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 폐플라스틱 플레이크가 대부분 솜이나 폴리염화비닐(PVC) 배관 등 산업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화학업계가 추진 하는 재활용 체계 자가 구축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실제 효성 의 섬유 부문 회사인 효성티앤씨는 제주 도개발공사와 재활용 관련 업무협약을 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확보한 삼다수 병만으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보기 위해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학 업체들이 직접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결국 질 좋은 플레이크를 확보해보 려는 노력”이라면서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에도 네프론을 통해 확보한 페폐트병을 금호섬유공업이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학업계의 재활용 체계 구축은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재활용 플 라스틱을 활용한 플라스틱 생산 논의가 불붙으면서 질 좋은 플레이크 생산이 용 이한 해외 폐플라스틱이 대거 국내로 몰려들자 환경부가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0일 ‘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 을 위해 수입이 제한되는 폐기물 품목 고시’ 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의견 수 렴까지 마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제 심의를 거쳐 여름께에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 탈레이트(PET) 등 폐플라스틱 수입을 막을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재생원료로 사용해 플라 스틱 제품을 만드는 시장을 활성화할 계 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