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플라스틱’은 “불가능한 목표였다”

2020-07-02


2002년 광분해 플라스틱 연구개발에 도전… 3여년 만에 “불가능하다”며 백기 


장 길 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


“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했는데 내가 분해될지는 몰랐다. 애초에 불 가능한 목표였다. 3년 동안 시간과 돈을 들이고 나서야 왜 대기업이 이 걸 그동안 안했는지 알겠더라.” 장길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는 30년 정도 플라스틱 관련 일을 했 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계를 만 드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플라스틱 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가능할 지 연구했다. 썩는 플라스틱, 분해 성 플라스틱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다.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 


2002년께 회사를 차렸다. 그동안 관 심을 가졌던 분해성 플라스틱을 본격 적으로 연구하고, 제품화 하기로 했 다. 모아 둔 자금에 총 8명으로 출발 했다. 연구개발 인력은 대부분 석·박 사급으로 꾸렸다. 장 대표가 연구하는 분해성 플라스틱은 당시 언론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장 대표는 “우스갯 소리로 ‘이러다가 노벨상을 타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이 야기까지 할 정도였다”며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이었던 2000년대 초반 은 벤처 붐이 일어 조금만 잘 돼도 상 장하기 쉬웠고, 벤처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개발에 3년이 소요됐다. 기술보증 기금 기술평가를 통해 3억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서울 방배동 집도 팔았 다. 총 10억원 가까이 돈이 들어갔다. 

그렇게 장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전 분, 밀대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이었 다. 전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친환경 적이라는 제품으로는 안성맞춤이었 다. 그런데 썩는 플라스틱은 열에 취 약했다.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함몰 되거나 코팅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이 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쌌다. 장 대표는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 지만 시장성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내놓기엔 양심의 가책 


완전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 가능할 듯 했다. 100% 썩지 않는 대신 환경에 대한 피해는 덜한 수준의 플라스틱은 가능했다. 다만 의료용 실 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제작 단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졌다. 완전히 썩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수거하기에 더 복 잡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장 대 표는 “당시에는 생분해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제품으로 만드는 게 가능은 했 지만 (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내놓기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때 쯤 장 대표는 완전하게 녹는 플 라스틱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 다. 왜 그동안 남들이 이걸 연구하거나 제품으로 만들지 못했는지 장 대표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장 대표에게 분해성 플라스틱이 제 품화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 대표는 “시장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장 대표는 “밀, 밀대, 해초 등 자연적 인 재료로 분해성 플라스틱을 제품을 양산하려면 코팅 부분을 해결하지 않 고는 절대 안 된다”며 “국가 지원을 받 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고 양산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 부족하게 만들 면 말만 분해성 플라스틱이지 분해되 는 함량이 10% 미만으로 나온다”고 덧 붙였다. 장 대표는 “완전한 의미의 생분해 플 라스틱은 사기라고 본다”며 “광분해 해서 썩는 실험을 보여주면 다들 놀라 지만 강도가 안 나오고 잘 깨진다. 플 라스틱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어야하 는데 그렇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6년 폐업 결정 


그래도 장 대표 3년 정도 사업을 더 끌었다. 그간 해왔던 자신의 목표를 부 정하기 싫었던 심정이 컷다. 장 대표는 “나를 부정하기 싫었고, 보완할 수 있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매달 3000만~4000만원씩 나가 는 유지비를 견디지 못하고 2006년 폐업을 결정했다. 장 대표는 폐업 후 몸이 심각하게 좋 지 않아져 2~3년을 쉬면서 지냈다. 

프리랜서 영업직으로 틈틈이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 재도전을 결심했 다. 다시 플라스틱이었고, 이번에는 재활용이었다. 장 대표는 “플라스틱 처리 방법은 두 가지다. 썩게 만들거나 재활용하는 방 법이 가장 좋다”며 “생분해가 더 화려 해보였고 재활용은 어자피 쓰레기라 서 화려해 보이지 않았었지만 (생분해 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지금은 재활용을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계와 시스템을 개발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매출이 연 1억5000만원 정도다. 올해는 3억5000만원까지도 가 능할 것 같다고 한다. 초보 창업가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장 대표는 “창업자들을 보면 자꾸 자 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하려고 한다"며 “시장에 필요 없는 기계는 박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에 가능하 지 않았던 분해성 플라스틱에 도전하 고 시간과 돈, 마음을 쏟아 부은 후에 얻은 교훈이다. 


내가 분해될지 몰랐다 


이어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시뮬레 이션을 돌려보고 시장에 나갔을 때 어 떤 임팩트가 있을지 판단하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며 “시장이 원하는 단가 를 맞춘 제품인지, 비싸지만 꼭 필요한 것 제품인지 분석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리고 A~B~C 등 안을 만들어 놓고 사업을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장 대표는 “분해성 플라스틱 을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분해될지 몰 랐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