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진공가압사출성형장치’주목

2020-06-01

 습도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기술


▲ 장길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


#. 다 마신 페트병의 비닐 라벨을 벗기고 입구를 넣으면 병목에 걸린 뚜껑 고리를 절단해 분리한다. 같 은 플라스틱이지만 재질이 다른 탓 에 재활용에선 불순물이기 때문. 고리를 제거한 페트병은 분쇄기를 거쳐 좁쌀크기 사출원료로 가공하 고, 사출원료를 금형기에 넣자 휴 대전화용 플라스틱 액세서리가 완 성돼 나온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장치 개발업 체 주신글로벌테크의 구상이다. 플 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 제품 을 만드는‘ 업사이클링’과정을 즉 석에서 보여주려는 것. 단순히 재활 용의 필요성을 외치기보단 직접 체 험할 수 있는 재활용 과정을 보여주 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 디어다. 즉석에서 불량 없이 해양 플 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바탕이 된 구상이기도 하다.


산업용 장치 개발하던 주신글로벌테크, 해양 플라스틱과 만나다


2018년 2월 문을 연 주신글로벌테크는 산업용 진공가압사출성형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다. 장길남 주신글로벌 테크 대표는 전 직장 근무 시절 인도네 시아 출장 과정에서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전력수 급이 원활하지 않아 플라스틱제품 불 량률이 많았다. 제품을 뽑아 건조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끊기면 수분이 제대 로 건조되지 않은 탓에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주신글로벌테크의 아이디어는 건조 과정을 생략한 것. 사출성형 장치 내 기압을 15바(bar)가량 높이면 사출온 도가 올라가는데, 열을 이용해서 수분 을 날리는 게 기술의 골자다. 새 기계가 아닌 기존 기계에 추가하는 보조장 치 형태로 경제성을 높였다. 습도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플라스틱 제품 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다. 평범한 산업기술이 바다를 만난 것 은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 액 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다. 주신글로벌테크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한차례 컨설팅 과정에 서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이 해양플 라스틱 재활용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양생태계 주범 중 하나다. 물고기나 거북, 고래, 상어 등 해양생물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고, 분해된 미세플라 스틱은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에게까 지 돌아온다. 안토니우 구테호스 유엔(UN) 사무 총장은 2018년 “현대 동향이 계속된 다면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 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 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억 t(톤) 이상 해양플라스틱이 바다에 버 려져 '지속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 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해양 플라스틱은 늘어나는 데 반해 재활용은 어렵다는 점이다. 바 다에 폐기된 탓에 수차례 세척을 거쳐 염분을 씻어내야 한다. 이후 건조과정 을 철저히 해야만 새 플라스틱 제품으 로 만들 수 있는 사출원료로 분쇄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덜 마르거나 공기방울이 남으면 불량 제품이 나오 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제습과 건조 과정을 거쳐도 소량의 수분이 남아 제품을 망치기 일쑤다. 


사출성형과정에서 수분을 증발시키 는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은 세척 이 후 제습과 건조과정을 대신한다. 기 존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불량률이 30%였던 것과 달리 불량률 5% 미만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생산비용도 30% 수준으로 줄일 수 있 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친환경 재활용에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을 접목한 결과 지난해 해수부 주 관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에서 ‘해양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앞세워 최 우수상을 받았다. 장길남 대표는 “해수부의 창업액 셀러레이터 컨설팅 이후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며 “이전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는데 해양수산 재활용 분 야에서 수상을 하고 기술이 알리면서 회사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나가는 산업용+친환경 접목한 사회적 제품의 투-트랙 청사진


지난해 주신글로벌테크는 창업 2년 차에 매출 1억4000만원에 영업이익 1700만원을 올렸다. 창업 초기 유의미 한 실적도 실적이지만 회사가치를 재 평가 받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를 발굴 해 사업범위를 확대하면서 10배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장 대표 는 설명했다. 지난 8일 강원창조경제 혁신센터에서 3000만원 투자를 유치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적 기업 분야와의 접목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업사이클링 분야 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었다. 재활 용을 위한 분류와 재가공 비용이 새 제 품 제작에 맞먹기 때문에 ‘사회성’을 빼 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역시 마찬가 지. 플라스틱의 분류부터 세척, 가공, 제작까지 값싼 새 플라스틱 원료에 비 해 재활용 원료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을 해양플라스 틱 재활용 분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 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가능성을 보여 주기 위해 제주에 위치한 '파란공장'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기술력을 제 공하고 있다. 제주 지역 주민이 보다 쉽게 페트병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뚜껑고리, 라벨 분리기를 개발해 제공하 고 관광객 업사이클링 과정을 자리에 서 체험할 수 있도록 분쇄기와 사출· 금형기기 등 일체를 개발해 체험관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확대하려면 교육과 체험이 필요하다” 며 “교육시설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꼐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 해, 재활용 인식을 높이려 한다”고 계 획을 밝혔다. 동시에 해양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 품 생산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 연 말까지 바다에서 그물 위치 등을 표시 할 수 있는 부표와 재활용 보도블럭, 사무용품 제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해양 폐기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 품이 출시되면 주신글로벌테크 기술 을 활용해 비용절감과 양산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출성형기과 폐플라스틱 두 가지 분야를 앞세워 올해를 급성장 원년으 로 만들 계획이라고 장 대표는 강조했 다. 장길남 대표는 “업사이클링이 확산 되지 않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 가는 비용을 줄일 기술이 없다는 점” 이라며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적인 부분을 사회적 기업과 협업을 통해 보 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 력이 가장 효과적인 곳은 습도와 온도 가 높은 적도에 위치한 나라들”이라 며 “사회적 기업 협업과 함께 코로나 19(COVID-19)가 잦아드는 올해 하반 기엔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수출길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