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트 기술로 일상의 풍경을 바꾼다"

2018-06-01

암스테르담에 세워질 다리 건축예정 …“새로운 미학 기술의 한계를 체험한 실험”


작가 요리스 라만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자인은 무 엇인지 생각해봐야할 때다. 3D 프린 트 기술로 가구를 만드냐고 하는데, 3D프린트 기술은 일상의 풍경을 바 꿀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로 네덜란드 암스테 르담에 다리를 세우고 있는 작가 요 리스 라만은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 구 국제갤러리 2관에서 열린‘ 요리스 라만 랩:Gradients’ 기자간담회에서 '21세기에 예술가가 디자인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봐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이같이 시사했다. 

2003년 디 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수학 한 라만은 2004년에 연구, 실험, 획 기적 기술을 통합한 디자인의 가능성 을 탐구하고자 요리스 라만 랩을 설 립했다. 여기에 과학자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공예가들이 함께해 복합 중심지로 거듭났다.


우주선‘ 오리온’ 제작 라만의 말대로 3D 프린팅 기술은 우 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네덜란 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올해 길이 12.5m, 폭 6.3m 다리가 세워지고, 미국항공우 주국(NASA)은 3D프린팅으로 부품을 만들어 우주선‘ 오리온’을 제작한다. 사 람이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에서 정교한 표현에 견고함을 갖춘 3D 프린팅 기술 이 대중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오는 6월1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 리는 요리스 라만의 개인전에서는 3D프 린팅 기술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 를 볼 수 있다. 1층 전시장 중심에 설치된‘ Dragon bench’는 요리스 라만 랩이 개발한 혁신적인 대규모 다축 금속 프린팅 기술 도구인 MX3D 프린트를 활 용한 작품이다. 유려한 곡선과 곡면을 공중에 구현하는 작품이면서 견고함까 지 갖췄다. 

큰 크기와 유려한 곡선이 표 현이 가능했던 이유는 로봇이다. 시행착 오를 거쳐 어떤 지지대 없이도 3D 로봇 의 팔을 사용해 어느 방향으로든 입체적 인 공간디자인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이 암스테르담에 세워질 다리 건축에도 사용된다. 라만은“ 새로 운 미학 기술의 한계를 체험한 실험”이 라고 설명했다.


그는 3D프린팅 기술 발달은 유통 방 식을 바꿔놓았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디자인을 중국 공장에 보내면, 그곳에서 제작하고 발송했다. 하지만, 이제는 디 자인과 청사진만 있으면 어디서나 출력 이 가능한 세상이다.”

수학 공식을 적용한 기하학적 패턴 

라만은 작고 저렴한 3D프린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터를 플라스틱 장난감을 만드는 기 계로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내구성 있는 재료로 만들면 이야기는 달 라진다고 했다. 나무, 알루미늄 등 가벼 운 소재로 단단한 가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수학 공식을 적용해 기하학적 패 턴을 설계한 파라메트릭 기술로‘ Maker Table’을 만들었다. 단단한 호두나무를 육각형 혹은 그물망 패턴의 작은 단위로 구성해 3D 입체 퍼즐처럼 제작했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의자도 제작 했다. 작품‘ Microstructre Aluminum Gradient Chair'은 셀(cell)을 만들어 견 고함을 굳혔고, 알고리즘(입력하면 컴퓨 터가 자동적으로 여러 대안 디자인을 내 놓는 기술)을 활용해 지지가 필요한 부분은 셀의 밀집도가 높게 구성되게 만들 었다. 

3D 프린트가 이처럼 예술과 산업, 과 학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면서 저작권 문 제를 둘러싼 논의도 시작됐다. 한편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3D 프린 트 제작 환경이 다채롭게 구성되고 결과 물이 나오면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 해 저작권‘ 미래전략협의체’를 출범시 켰다.

3D 프린팅 저작권 문제 

이 조직은 3D 프린팅 저작권과 관련 한 문제를 풀어간다. 데이터 파일의 저 작물성과 저작권 인정 범위, 3D 프린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쟁점 등 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나 건 원장은 지난달 21일 국내 한 매체와 의 인터뷰에서 3D프린팅 저작권이 가장 큰 이슈라며“ 원작자의 디자인을 살짝 바꿔 사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일어난다. 누구든 새로 설계하면 처음보 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기 때문” 이라며“ 공공기관에서 기본모듈을 제공 하든, 최초로 디자인을 발표한 사람에게 인센티브 제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제적인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 나 원장은“ 사 회가 성숙하면 디자인을 인정하고 사용 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지만, 아직까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금 기획한 디자인이 바로 중 국에 유통돼 바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 다”며 전세계로 연결망이 확장돼 있기에 저작권 문제를 바로 잡아야한다고 강조 했다. 

이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건 예술인이다. 나 원장은“ 예술가들은 누 구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런데 비즈니스화에는 약 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 노출되기 쉽 다”고 우려했다.